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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인 소송만 하고 싶다(?), 진상 의뢰인 싫다(?)는 견해들에 대하여

by 한가희김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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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리적인 소송만 하고 싶다(?), 진상 의뢰인 싫다(?)는 견해들에 대하여

 

변호사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오면 정말 이젠 송무판을 떠나야겠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온다. 나도 한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씩은 남들이 하는 외견상 멋있어 보이고 괜찮은 영역을 내가 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주로 송무를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래의 것들이다.

의뢰인이 너무 싫다는 것이다. 오직 법리만 다투는 소송을 하고 싶은데, 의뢰인들이 감정이 담긴 서면을 작성해줄 것을 요구하거나 특정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를 할 때, 수도 없이 서면 내용을 체크하면서 보완 수정을 요구할 때(난 이런 경우는 수임료를 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변호사들도 웹툰 작가님들의 표준계약서처럼 수정 보완 2회 초과시 초과 수당을 요구하는 규정을 두어야 되지 않나 싶다) 너무 힘들어서 송무 판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보다가 난 의뢰인이 '감정적 주장'을 담길 원하는 이유를 살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심을 해보니 어느 정도 의뢰인이 이해가 갔다. 의뢰인의 상대방은 '개인'이거나 '법인'이어도 큰 규모의 법인이 아닌 경우가 많고, 큰 규모의 법인이어도 의뢰인 자신이 '개인'이기에 사람으로서의 주장이 담길 필요성이 있다고 의뢰인들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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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분명 초기엔 '법리 싸움만 하는 소송 없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디에 그런 소송이 주로 있나 살펴보았다. 살펴보니 그나마 대형로펌 소송이 기업들간의 소송이어서 의뢰인 자체가 사람이 아닌지라 감정이 아닌 '법리' 다툼만이 있고, 그렇게 해도 대형 로펌이어서 그런지(?) 판결에 영향을 전혀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대형로펌의 경우 법리적인 주장만을 해도 대형로펌(?)이라는 프리미엄이 붙는 듯 하다(그런데 대형로펌에 있다가 나와서 개업하시는 분들의 경우, 전혀 달라진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깨끗한(?) 소송만 하다가 진흙탕 같은 감정 다툼을 해야 하니 말이다). 물론 대형로펌의 상대는 대형로펌이니 마찬가지로 법리적인 주장만을 하는 이들끼리 붙는 것이기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이유도 있어 보인다.

그런데 중소형 로펌들은 주로 고객이 '개인'이다. '개인'이다보니 '사람'으로서의 주장을 하지 않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기계적으로 대리하는 것처럼 '판사님'들에게 보일 수 있다. 이 경우 혹여 상대방이 '개인'으로서 감정에 호소하는 주장을 할 때 법리 주장만 하는 측이 이에 대해 전혀 반박하지 않고 여전히 법리 주장만 할 경우, 결국 상대방이 '개인'으로서 호소하는 주장이 맞다고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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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느 정도 감성적 주장을 하는 상대방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기서 정말 힘이 많이 든다. 아마 초년차 변호사님들이 이러한 경우들이 너무 힘들 것이다. '변호사로서 멋진 일을 할 줄 알았는데 시궁창 쓰레기같은 문구를 서면에 적어가는 일을 하다니, 내가 이런 일을 하려고 변호사가 되었다니!!'라는 생각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형로펌 가지 않는 이상 모든 일이 대부분 이렇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애초 우리가 직역에 대한 착각을 하고 들어온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이고, 사람 만나는 거 싫고, 혼자서 아무런 방해없이 일하고 싶다면 변호사 업은 당신에게 맞지 않다고 보면 된다. 영원히 어쏘 변호사로 지내지 않는 이상 말이다. 어쏘 변호사로 오랜 기간 버틴다 하더라도 여전히 이런 사람 다루는 업무를 해야하기 때문에 고통의 연속일 것이다. 그래서 난 법리적인 다툼만 하고 싶다, 진상 의뢰인 싫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당장이라도 마음가짐을 고쳐 먹던가, 아니면 송무 변호사로는 안 맞는 듯 하니 사내 변호사로 들어가던가, 아니면 변호사업을 그만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법리적인 다툼만 하는 경우나 진상 의뢰인 다루지 않는 업무같은 것은 사라질 확률이 높다. 왜냐. 그런 쉬운 업무들은 모두 자동화 영역이 가능할테니까. 지금도 의뢰인들은 쉬워 보이는 소송들은 다 자기가 알아서 하려고 한다. 그래서 법리만 다투는 소송, 진상 의뢰인 없는 소송은 소수의 로펌에게만 남겨진 채 미래에 더 적어지거나 아예 소멸하지 않을까 싶다. 

항상 느끼는 것인데, 고통 없는 업무는 없더라...

 

by 김한가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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