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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이러다가 소송 실무의 '이단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by 한가희김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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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소송 실무의 '이단아'가 되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을 쓰는 시기는 2021. 4. 8.이다. 정말 빛처럼 지나가버린 지난 날의 내모습을 돌이켜보면, 정말 인생이란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0년 정도였나. 그 때 난 국제법을 매우 좋아했던 고려대학교 법학과 학부생이었다. 그 당시 학부 성적도 매우 좋았고, 로스쿨 준비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꿈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당시의 내 꿈은 국제법의 '이단아(異端兒)'가 되어서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06년 경 성적으론 법학과 학부 수석이었던 학생이 했던 꿈이라고 하기에는 줌 웃기긴 한데... 다른 학부생들이 통상 갖고 있었던 꿈인 판사가 되거나 검사가되거나 대형 로펌에 들어가거나, 기업 M&A를 해보고 싶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저 국제법의 '이단아'가 되어서 모든 공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내 이름을 교과서에서 보도록 하는 것. 그게 내 꿈이었다.

통상 '이단아'라는 것은 그 의미가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이지 않나. 사실 난 그 당시에는 '이단아'라는 말을 쓸 만큼 반항적인 인물도 아니고, 혁신 뭐 이런 거 생각하기에는 너무 모범생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도대체 왜 '이단아'가 되고 싶었는지, 이유가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왠지 난 '이단아'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그런 예감에 사로 잡혔다.

 

 

아무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2014년 경에 변호사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는데... 그간 소송 실무를 하면서 '국제법' 근처에도 못 가봤다. 보통 '국제 분쟁'이라는 것이 통상 건수가 잘 없기도 하거니와 쟁쟁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이들이 넘쳐 난다는 생각에 지금은 '국제법' 의 '이단아'가 된다는 생각은 약간 접은 상태다.

그런데 요즘 소송 실무를 하면서 내가 상대방이나 상대방 대리인으로부터 듣는 소리가 있었는데, 내가 쓴 소송 서면이 참 희한하다는 것이다. 희한한 소송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응?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생각에 내가 쓴 서면을 다시 봤다. 물론 상대방 서면과 마찬가지로 법리적인 이야기를 다 해 놓았다. 그래서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왜 상대방이 나보고 희한하다고 하는가...라는 생각을 해서 다시 보니... 음... 내가 쓴 표현들이 참 톡톡 튀었다. 뭐랄까. 무미 건조하지 않는. 그래서 읽으면 쑥 소설 읽히듯이 읽히는 그런 서면이었다.

물론 우리 의뢰인들에게 보여주면 의뢰인은 '쉽게 이해가 되고, 속 시원하다'는 피드백을 해준다. 그래서 난 지금까지 우리 의뢰인들이 아주 만족을 하셨으니 서면을 냈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 속 시원한 표현들이 너무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그리고 '뭐 이런 변호사가 다 있어?'라는 생각이 들었나 모양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표현을 쓴 서면치고 승소하지 않은 사건들이 없어서... 이 경향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다보니 어렸을 적 내 꿈이었던 국제법의 '이단아'는 멀어지고, 이제는 소송실무의 '이단아'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역시 꿈과 실제는 다르다. 그래도 뭐, 어떤 방식이든 '이단아'가 되는 꿈은 현실적으로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소송실무의 '이단아'가 되면 공교육 교과서에 내 이름이 실릴 일이 과연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뜰 수도 있는데, 어서 빨리 소송실무의 '이단아'를 이룩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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