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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어쏘변의 함정 - 영원한 어쏘란 없다

by 한가희김 202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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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쏘변의 함정 - 영원한 어쏘란 없다

 

변호사 단톡방에 있다보니, 여러 어쏘 변호사들이 자신을 지도하는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들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서로 언급하는 경우가 있다.

크게는 '사건을 완전히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들이 꽉 잡고 있어, 어쏘 변호사는 그냥 서면만 쓰고 사안을 정리하여 보고만 하는 형'과 '알아서 사건 처리하라고 놔두는 형'이 있다. 후자는 일명 '방임형'이라 부른다.

초년차 변호사들의 경우, (나 역시 그렇긴 했는데) '방임형'인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를 상사로 모시게 되면 이거 보통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게 된다. 초년차여서 경험이 적은데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니 도대체 어떻게 되겠는가? 또한 의뢰인들도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를 보고 사건을 맡겼는데, 그래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데 그 결과를 사실상 초년차 변호사들이 내야 하니 보통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초년차 변호사들의 경우, '방임형' 상사 만나면 안된다, 방임형 상사 만났다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사내변호사로 이직한다는 등의 말들이 많았었다. 특히 사건 결과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변호사들의 경우 방임형 상사를 만났다가 도저히 사건들의 무게를 견딜 수 없어하는 모습도 보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의문점을 던지고 싶었다. 방임형 상사가 반드시 나쁘냐? 그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연차가 적었을 때부터 알아서 '증인신문'을 하도록 맡겨져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모른다. 2014년에 처음 변호사 활동을 시작해서 2015년 경에 증인신문을 처음 했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다행히 그 사건은 아주 잘 풀렸다. 문제없이 승소를 했고, 여전히 그 고객님이 우리 법무법인을 이용하고 계신다. 아무튼 그러한데, 연차가 낮을 때 바로 '증인신문'을 맡기니 너무 힘들어서 그 당시로서는 정말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데 되돌이켜보니 그렇게 증인신문을 빠른 연차에 겪는 것이 훨씬 괜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른 법무법인과 맞붙을 때 보면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가 어쏘 변호사도 함께 데리고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래도 보조 역할로 나온 것이다보니 뭔가 대표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의 '기'에 어쏘 변호사가 눌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때가 있었는데, 변호사 단톡방에서의 말들을 보니 어느 법무법인에서는 어쏘 변호사의 연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대표나 구성원 변호사가 어쏘 변호사에게 맡기지를 못하여 여전히 대표나 구성원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반드시 참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들이 '편해서 좋긴 한데, 혼자 소송을 진행하게 될 미래를 생각하니 암담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내가 빨리 혼자서 하는 법을 경험한 게 좋지 않았나 싶었다.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하는 방법을 경험하는 것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대표 변호사나 구성원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 마음은 편할진 몰라도, 그렇게 남이 다 해주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다가 막상 자기가 모든 것을 결정하여야 하는 순간이 오면 그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릴 수 있다.

나는 되도록이면 빨리 초년차 변호사들이 보조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이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해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엄청 힘들다. 막상 소송대리 하고나면 머리가 '띵'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경황이 없어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나도 참 실수를 많이 했다. 어떤 실수를 했냐면...(놀라지 마시라) 조정실에서 껄껄껄껄 웃거나, 재판정에서 열받아서 소리 지르기까지 했다. 물론 하고나서 '내가 미쳤지! 미쳤지!'라는 생각 엄청했다. 

뭐... 그러면서 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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