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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략

쉬운 서면과 재판부에 대한 어필

by 한가희김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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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서면과 재판부에 대한 어필

 

지금으로부터 한 10년 전, 로스쿨에서 기록형을 배울 때 '정말 이렇게 글이 재미없다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록형을 공부하였다. 주위에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이해하기 난해한 법적 용어가 난무한 글들을 매우 재미있어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난 정 반대였다. 이런 재미없는 글을 평생 쓰게 되다니... 그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지금와서 고백하지만 난 법학 서적을 볼 때 잠이 스르르 잘 와서 공부하다가 졸기를 많이 했었다. 너무 졸음이 잘 와서 임시 방편으로 이어폰 끼고 음악 들으면서 공부를 하기도 했었다. 너무 잠이 잘 와서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시험 통과하기까지 고생을 좀 했나보다.

여하튼 시험을 통과하고 나서 실제 변호사로서 실무를 접하다 보니 굳이 그렇게 글을 쓸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뒤통수 맞은 느낌이었다. 법률 용어를 사용해도 얼마든지 쉽게 글을 써도 되었다. 내가 배운 로스쿨에서의 기록형 교육은 지금 생각해 보면 한 1980년대 스타일의 기록을 작성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요즈음에도 그 정도에서 많이 못 벗어났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 사람이 이전 세대인데 어떻게 바뀌겠는가.

지금 내가 쓴 서면을 내 스스로 평가해보자면 웹소설 쓰는 것과 같이 문장이 짧고, 법률 용어만 제외한다면 일반인이 딱 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도록 변해있다. 의뢰인들이 싫어할까 걱정했었는데, 의뢰인들은 너무 좋아한다. 보자마자 이해가 잘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혹시 재판부에서 너무 격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작년부터 받는 판결문을 보면 내 주장이 많이 반영되어 승소하는 경우가 많으니 재판부도 싫어하는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쉬운 문장의 글을 쓰다보니, 학생 시절과 달리 변호사 활동이 재밌다. 나는 오히려 실무를 하면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애정이 생겼다. 수험생 시절에는 법학 적성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실무를 하니 변호사가 천직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판사나 검사는 내 적성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난 판결문과 공소장을 볼 때 문체가 너무 답답해서 숨이 막힌다). 아무튼간 나의 짧은 글을 의뢰인은 물론이고 재판부도 싫어할 이유는 없을 듯 하다. 난해해서 무슨 말인지 한참 생각해야 되는 서면과, 그냥 딱 보면 이해되는 서면과 어느 것이 더 낫겠는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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