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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략

반성문 ≠ 진지한 반성

by 한가희김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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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 진지한 반성

 

형사사건을 보면 거의 모든 사건에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피고인 측에서 제출하는 서면으로 말이다.

바로 반성문이다.

공소사실에 대한 전부 무죄나 일부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 입장에서도 반성문은 꼭 제출되어 있다. 왜냐? 피고인은 무죄주장이 인정 안되고 형을 받더라도 최대한 낮게 받고 싶기 때문이다. 변호인들도 반성문 제출은 꼭 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 와중에 경시되고 있는 것이 있다. '반성문 제출 = 양형 바로 즉각 반영'은 아니라는 점이다.

왜냐. 모든 피고인들이 반성문을 낸다. 안 내는 피고인 거의 없다. 안 내는 피고인의 경우 대부분 경한 형을 이미 하급심에서 받은 경우다. 실형이 나올까 걱정되는 이들은 대부분 반성문을 낸다. 그러다보니 모든 형사사건기록에 반성문 천지인데, 재판부가 이 반성문을 모두 반영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끔씩 변호사들이 방송 등에서 반성문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그들의 생각과 반대다. 반성문 쓰는 것은 반성문 안 냈을 때의 양형 가중을 막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반성문 안 낸다고 가중이 될까라고 의심이 드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반성문 안 내는 피고인이 거의 없으니, 안 냈을 때 반성 안한다고 양형가중하는지에 대한 사례가 아직 나의 데이터에 없다(혹시 반성문 안 냈는데 아무런 불이익이 없었던 분들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거의 대부분의 범죄의 양형기준에 행위자 감경요소로 '진지한 반성'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이거 잘 봐야 한다. '진지한' 반성이다. 반성문 제출이 아니다. '진지한'을 잘 살펴보라. 진지하다는 판단은 도대체 누가 하는가? 판사가 한다. 즉, 판사가 볼 때 '진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성문 냈는데도 양형에 반영이 안된다고 주장하는 피고인들은 이 점을 잘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기준에서 진지함을 판단하기 때문에 판결에 왜이렇게 자신의 주장이 반영되지 않았는지 억울해 한다. 명심해야 한다. 진지한 반성의 기준은 '판사가 보았을 때', '재판부가 보았을 때'다.

판결문에 피고인이 반성을 하였다고 언급되었으나 결국 형량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다른 가중사유가 많거나 진지한 반성으로 치부하지 않은 경우다. 개인적으로 피고인을 변호하면서 '진지한 반성'을 이유로 대폭 형량이 감경된 판결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경우는 재판부의 판사님이 눈물을 보였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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