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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실체적 진실(?) v 자신의 입장에 부합하는(?)) 분쟁해결

by 한가희김 201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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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연차가 들어서 그런지 계속 딴지를 걸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법학 논문이나 법률 에세이 같은 것은 정보 획득 차원에서 읽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렇구나.'라고 비판없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직 내가 뭘 안다고...'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점차 사건을 이리저리 보고 듣고 실제로 임하다보니 특히 법학 논문의 경우는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요근래에 드는 생각인데, 법원이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과 변호사가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 그리고 당사자가 사건을 바라보는 입장이 완전히 다름에도 법원이 스스로의 입장을 다른 이들에게도 강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실체적 진실에 따른 분쟁해결'이 법원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법원은 이 입장이 분쟁 당사자간의 입장이라고 생각을 해결하는 것 같다. '실체적 진실에 따른 분쟁해결'이 당사자들의 목적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를 당사자의 대리인에게 수긍하도록 하는 면이 없지 않다. 착각이다.

변호사가 당사자와 상담을 하다보면 알게되는 사실이 있다. 당사자는 '정의'를 이야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정의'는 '자신의 입장을 100% 반영한 정의'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당사자가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정의 및 분쟁해결은 '당사자의 입장 내지 이익을 100% 반영한 정의'인 것이다. 이것은 형사 뿐만이 아니라 민사의 경우에도 그렇다. 그래서 변호사에게는 법원과는 다른 정의 구현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분명 당사자가 자신을 대리하는 변호사에게 기대하는 정의 실현은 법원과 다르고, 변호사는 바로 그 당사자의 이익을 최대한 반영하여야 한다. 즉, 변호사에게는 '의뢰인의 입장을 100% 반영한 정의'를 실현할 것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반면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법원의 입장은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정의 규현'이므로 여기서 충돌이 발생한다.

이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나는 변호사는 '의뢰인의 입장을 100% 반영하는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사실 의뢰인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이기에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다. 의뢰인도 법원이 자체 판단하여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정의에 따른 판결을 원한다면 굳이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 알아서 다 해줄 터이니. 하지만 변호사를 선임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의 입장은 0%, 내 입장은 100% 반영한 판결을 원하기 때문이다. 설사 최대한 양보를 하더라도 내 입장으 55% 상대방 입장은 45%만 반영을 하는 것이 의뢰인이 원하는 정의인 것이다.

변호사에게는 난제가 하나 더 있다. 변호사는 공익을 수호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많은 변호사들이 갈등에 휩싸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의뢰인의 입장을 100% 주장하는 것이 왠지 전반적인 공공의 이익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 갈등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내 입장은 이렇다. 일단 수임하였다면 의뢰인이 원하는 정의를 주장해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요즘따라 변호사법 제1조 제1항의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라는 부분이 탐탁치 않은 이유다. 마치 변호사에게 법관에게나 요구되는 의무를 짊어지게 해 놓았다. 괜히 변호사를 고민하게끔 만든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변호사가 '개인적인 도덕감정(?)'에 입각하여 결과적으로 당사자들이 원하는 정의를 주장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당사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를 (법원을 설득하지 못하니) 도리어 당사자들을 설득시켜 받아들이게끔하는 사례도 본 적이 있다. 딜레마적인 상황인거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쌓이고 쌓이다보니 당사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나홀로 소송을 진행하는 사례가 높아지고 있다. 내 권리는 내가 더 강력하게 주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말이다.

의뢰인에게 최선 내지 차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의뢰인이 원하는 정의를 구현해주는 것이 맞고, 만일 그런 주장을 하지 못하겠다면 사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변호사법도 다중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애매하게 '사회정의'라고 해 놓았지 법원의 입장에 따른 '사회정의'라고 하진 않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 내지 입장을 100% 반영한 주장을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정의'가 아니라고 누가 단정지을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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