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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공감능력이 좋은 변호사(?)

by 한가희김 2019.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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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딴지다.

예전에 어디선가 보았는데 좋은 변호사의 덕목 중 '공감능력'을 꼽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자문 변호사라면 모르겠는데 송무의 경우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연차가 쌓이면 쌓일수록 이 공감능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일단 소송으로 간다는 것 자체가 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쉽게 해결될 수 없는 만큼 당사자의 감정이 많이 '상해' 있다. 이런 '상해'있는 감정들을 처음 대할 때에는 그들의 안타까운 처지나 불행한 인생에 공감이 되고 나 또한 분기탱천하여 이들의 감정에 몰입해 있는 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상해'있는 감정들을 대하다보니 느끼는 것은 이들의 감정에 몰입하고 공감할수록 내 자신의 감정도 매우 아프고 힘들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인지 꼭 집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요즘들어 내가 과거의 그러니까 초짜 변호사로 처음 나왔을 때와는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정말 가슴이 여렸는데 이제는 강철 가슴이 되어가는 것 같다. 강철 가슴이 되어갈수록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해 나가게 되고 더 성과가 좋아지기는 하는데 문제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당사자들은 분기탱천해서 억울한 사정들을 이야기하는데 냉정하게 사건을 분석해서 앞으로 예상되는 방향과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내 자신을 발견하면서 '너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은연 중에 하게 된다. 그런데 변호사들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굳이 이것이 나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년차 변호사 중 감정 이입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사내변호사나 공공기관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공감능력을 지닌 변호사가 되면 좋지만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진 변호사일수록 그 능력으로 인해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송무 일을 오래 버틸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 송무로 버틸 수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 공감능력이 떨어지지만 냉정하게 일처리를 하고 삶과 일을 완벽히 분리하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 거다. 적어도 송무 영역에서의 좋은 변호사는 '실력이 출중하고 공감능력도 뛰어난' 변호사라기는 보다는 '실력이 출중하지만 다소 냉정한' 변호사가 아닌가 싶다.

간혹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이는 분도 있긴 한데... 조심하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위선적일수도 있으므로. 앞에서는 공감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완전히 사건에 몰입해서 공감하게 되면 스스로의 감정이 다쳐서 송무 자체를 잘 못 버틴다는 것이 내 주관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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