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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타임차지기계의 필요성

by 한가희김 2019.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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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신경 쓸 일이 많다. 이렇다보니 예전과 달리 상담할 시간도 여유도 많지 않다.

사건 수행을 위한 비용을 지불한 고객이 먼저다.

오늘도 누군가 상담하러 왔다.

상담하러 왔다기에 바로 이야기했다.

상담비있다고.

알겠다고 하는데, 느낌상 나의 멘트에 별로 개의치 않아 하기에 한 마디 더 했다.

선불이라고.

그랬더니 일단 이야기를 듣고 사건이 되는지 안되는지 알아봐야 되지 않냐고 한다.

물론 그 말도 맞다. 그냥 친구끼리 이야기할 때는 말이다.

일단 변호사가 상담한다는 것은 그냥 친구끼리 이야기 흘러가는 듯이 듣는 것이 아니다.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들어야 한다. 사건 파악을 하기 위해 적절한 질문을 해야 하고. 그리고 답변도 해줘야 한다.

친구들이야 듣고 한두마디 위로 해주면 땡이고 책임감은 느낄 필요도 없다.

그런데 변호사는 책임감까지 가져야 한다.

그렇게 얘기를 해주고 난 뒤, 사건이 안되기에 그냥 간다?

예전 같았으면 순진하게 '괜히 시간 낭비했다ㅠㅠ'라고 안타까워 했을 거다.

연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벌써 느낌이 온다.

애초에 그런 기운이 보이면 차단을 하는 것이다.

사건 이야기부터 하면서 내 대답을 들으려고 하기에 바로 막았다.

선불하고 사건 이야기하라고.

기분 나빠하더니 가더라.

그 모습을 보고 느꼈다.

얼마나 많은 변호사가 저분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었길래 무료 상담을 당연히 생각하는 것일까.

이제는 친구들이 법률상담 물어봐도 정확한 대답 안 해준다. 정확한 대답 해줄려면 기본 30분 이상 사건 내용을 상세히 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건을 줘야 해주거나 돈을 줘야 해준다. 왜냐? 그동안 몇 번 아주 성실히 답해준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무료 상담을 원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점차 연차가 쌓이면서 그리고 변론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을 알면서 굳이 공짜 상담 해줄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변호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타임차지 기계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앉는 순간 시간이 재어지고 상담이 끝났을 때 가격이 나오는 기계 말이다. 전 변호사들이 타임차지 기계를 사용한다면 무료 법률 상담으로 인한 피해가 없지 않을까 싶다. 왜 의사처럼 진료비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지지 않는지 답답하다.

무료 상담이라고 부담도 적은 것도 아니다. 무료 상담 해줬더니 나중에 엉뚱하게 책임 묻는 경우 있다. 알고보니 내가 책임질 일도 전혀 아니었다.

유료 상담이 원칙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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