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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부모보다 '더' 잘난 자식이 드문 이유

by 한가희김 2019.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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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사들의 자식들이 사고 쳤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이따금씩 나오곤 한다.

사람들은 궁금할거다. 도대체 뭐가 부족하다고, 뭐가 모자르다고 저러 사고를 치는 걸까. 부모는 훌륭한데 왜 자식이 저 모양일까. 난 이부분에 대해 개인적으로 정리한 생각이 있다.

잘난 부모는 필연적으로 자식의 자존감을 깎아 먹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들어나는 방식이든 은연 중에 하는 방식이든 잘난 부모는 잘나지 않은 부모보다 자식이 스스로 갖는 자부심을 위축시킨다. 경험담에 비추어 보면 잘난 부모들은 자식들이 반드시 자기 정도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기에 어렸을 때부터 자기를 기준으로 애들 수준이 올라오게끔 닦달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무언가를 잘 했을 때의 칭찬을 듣지 못하고 자란다.

무언가를 잘해서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도 부모님의 무덤덤한 반응을 마주하기 일쑤다. 그리고 그 잘한 기준도 조그마한 것을 잘해서는 안된다. 눈에 드러나는 것을 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반에서 1등을 하거나 회장 선거에서 회장이 되거나 말이다. 그런데 반에서 1등을 여러 번 하니, 반에서 1등하면 부모님이 전교 1등은 못하냐고 나오기 일쑤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 교육과정에서의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것을 요구한다. 참 피곤한 인생 사는 것이다. 한번 뿐인 인생, 내 멋대로 살고 싶어도 부모가 멋대로 살지 못하게 케어해준다. 인형의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어느 부모나 대입 전까지는 그 정도의 닦달은 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 잘난 부모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대입 후에도 그렇다는거다. 대학교 들어가고 난 후에는 그보다 더 높은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고 그리고 더더 높은 과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설사 그 과정을 누구 부모처럼 다 케어를 해주는 것은 아닐지어도 항상 밥상머리에서 자식들에게 압박을 가한다는 거다. 다른 자식들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없다면 자신의 성공담을 이야기하면서. 자식은 숨도 쉴 틈이 없다. 밥도 마음 편히 먹지를 못한다.

문제는 이런 인생이 쭉 이어진다는 거다. 그나마 이런 부모들 중 다소 방관형 부모는 자식들이 숨을 쉴 틈이라도 있는데 케어형 부모는 자식들을 고사시키거나 결국 엇나가게 한다. 물론 방관형 부모라고 하더라도 자식들의 자존감을 깎아버리는 말들을 많이 하는 부모의 자식들은 반발감에 부모나 세상에 대한 악감정을 갖고 일탈행위를 하게 된다. 왜냐. 그런 식으로라도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해 확인하고 싶어서다.

난 부모의 인형이 아니야

바로 이전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기에 일탈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여간 이런 잘난 부모의 자식들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아간다. 전 일탈형과 수긍형. 수긍형은 또 다시 두 가지 분류로 나눠진다. 자아실현형과 팔로워형, 베짱이형(적절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서 이렇게 일단 붙여본다). 자아실현형은 부모를 넘어서는 경우다. 부모의 경우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루어내는 경우다. 아주 바람직한 경우라고 볼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를 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매우 대단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팔로워형은 많이 볼 수 있는 타입이다. 잘난 부모의 자식들은 사실 유전적으로도 잘난 유전자를 타고 났기에 일탈행위를 하다가도 결국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부모의 요구에 맞춰주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 잘난 부모가 제공하는 삶의 방식이 굉장히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일탈행위를 하는 자식들도 지금까지 살아온 기반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일탈 및 이상에서 갈등을 하다가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이 부분이 '금수저'로 보일 것이다. 여기서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처음부터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이 현실적이어서 마음에 들어하는 방향(아마 스카이캐슬의 '예서'가 이런 타입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이 마음에 안들어서 일탈행위를 하지만 결국 돌아오는 방향이 눈에 보인다. 나는 주변에서 두가지 타입을 다 보았다.

베짱이형.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자신의 삶을 맞춰주기는 싫어한다. 일탈행위를 하되 부모가 결국 자신에 대한 기대를 포기토록 하면서 부모 재산으로 자신을 끝까지 케어해주기 바라는 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가 자식이 자기 기대에 따라오지 않는 것을 한탄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들로 자식들을 케어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니까 능력이 안되는 자식이지만 사업체를 물러주거나, 빌딩 등의 자산을 물러주서 자식들을 끝까지 케어하려고 한다. 아마 잘난 부모 입장에서는 베짱이 형이 정말 골치 아플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바로는 잘난 부모 밑에서 팔로워 형만 되더라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왜냐. 잘난 부모들은 자식들의 자존감을 망가뜨리는 작업을 본인도 모르게 자식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기에 자식들이 도전정신을 가지거나 역경을 이겨내는 힘을 갖고 자라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잘해봐야 '부모 세대의 현상 유지 정도'라는 것이다. 부자가 삼대 못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그렇다.

자아실현형은 상당히 드물다. 이 모든 압박을 견뎌내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어떤 방식으로든 고취시킬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보았을 때 잘난 부모의 자식들은 대부분 팔로워형 내지 베짱이형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런 부류들을 보고 금수저라고 하는 듯하다. 너무 부러워하지 마시라. 이 분들은 여러분들보다 자존감이 높을 수가 없다. 항상 무슨 성과를 내든 저평가를 받아왔고, 잘난 부모 밑에서 자존감이 매번 깎인 상태로 자라왔기 때문에 자아실현형이 되기 매우 어렵다.

자아실현형은 오히려 흙수저 내지 동수저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존감과 자부심이 매우 중요하기에. 즉, '작은'인물은 금수저들이 갖고 갈 수는 있어도 '큰' 인물이 될 성공의 사다리는 흙수저나 나무 수저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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