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창의성'을 유일하게 허용하는 법조 직역, 변호사

by 한가희김 2019. 9. 10.
반응형

난 어렸을 때 적성검사 같은 거 하면 매우 싫어 했었다. 특히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의 직업적성 검사는 매우 결과가 보기 싫었다(언제 했는지 기억은 잘 안난다).

중학교 다닐 때 반에서 제일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었다. 전교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 내신 성적으로 현재 많이 언급되고 있는 '한영외고'에도 입학했다(오해마시라. 영어듣기시험치는 정시로 입학했다).

아무튼 직업 적성검사를 받으면 그 결과에 매우 실망스러웠다. 공부를 잘해서 법조계로 갈 생각이었는데, 적성검사를 하면 나오는 직업군이 '작가', '아티스트', '목수'... 였다. 법조계 직역 중 유일하게 그나마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나온 것이 '변호사'였다. '판사', '검사'는 아예 빠져 있었다.

 

요즘 정말 소름끼치게 느끼는 것이 그 적성검사가 어느 정도 맞았다는 거다. 법조 직역에서 일하기 전에는 로스쿨에서의 성적이 좋아서 '판사'나 '검사'가 되는 이들을 보면 부러웠었다. 이제는? 전혀 부럽지 않다. 법정에 나갈 때마다 생각하는 것인데 참 죄송하게도 판사님들이 오랜 시간 자리에 앉아서 재판 하는 것을 보면서 '와... 난 엉덩이에 땀띠날 것 같아. 저 직업 못하겠다.', '화장실은 도대체 언제 가는거야? 급할 때 참아야 되니 정말 힘들겠다.', '되게 재미없겠다. 혹시 눈 뜨고 졸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검사'님들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판사님들보다는 역동적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판사님들이 쓰는 판결문이나 검사님들이 쓰는 공소장을 보면서 '와. 이 직업들은 매우 획일적이구나. 창의력을 털끝만큼도 허용하지 않는 직업이구나. 나랑은 잘 안 맞겠다.'라는 생각이 몰려 온다.

공부만 잘했지, 난 어렸을 때 이상한 상상을 많이 하는 학생이었다. 만화책 보면서 기존 주인공을 갖고 사이드 스토리 구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이럴수가. 변호사가 나의 엉뚱한 성격을 허용하는 직업군이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다른 스토리를 짜내는 일이 변호사의 일이었다. 오!!!! 유일하게 법조계에서 나의 성격을 허용하는 직업군인 것이다.

가끔씩은 변호사업이 주는 스트레스가 막중하여 차라리 창의성만으로 먹고 사는 웹툰 웹소설 작가 같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아직 고려 중이다. 하지만 변호사업이 주는 스트레스 못지 않게 보람도 있는 직업이라 아예 이 직업을 버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방향을 잡고 있다. 아무튼간 향후 법조계에서 일을 하고 싶은 학생들이나 예비 법조인들에게 법조계에서 '창의성'이 허용되는 직군은 변호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 글을 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