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거짓말을 하는 사람 - 1

by 한가희김 2019. 9. 13.
반응형

"니가 뭘 잘못했니?! 뭘 잘못했느냐고 묻잖아!"

놀라지 마시라. 나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 혼났던 방식이다. 우리 부모님, 특히 어머니는 나를 혼낼 때 절대 말로만 혼내시지는 않으셨다. (책으로 꽉 채운) 가방 양손으로 들고 2시간 정도 무릎끊고 앉아있기 부터 해서... 정말 여러가지 방식으로 체벌(?)을 하셨는데...

내가 그 체벌에 못 견뎌서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하면, 나를 앞에 앉혀 놓으시곤 "그래, 뭘 잘못했니?"라고 구체적으로 항상 물어보셨다. 내가 쭈뼛쭈뼛하면서 말하기를 곤란해 하면 바로 맨 위의 말 처럼 화를 내시면서 내 스스로가 잘못을 '구체적으로' 고하고 인정하기 전까지는 용서를 하지 않으셨다.

매우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체벌만 제외하고 그렇게 나쁜 교육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특히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도덕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잘못을 저지른 자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은 타인이 보는 것과 같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용서를 구한다는 것은 자신의 부족함과 욕망에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대놓고 인정하는 것이기에. 어린 아이라면 그 과정이 쉬울 수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머리가 굳고 사회적 위치가 있는 자라면 그렇게 정식(?)의 방식으로 용서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옹졸한 자존심이 허락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자라난 환경이 그렇지 않아 그러한 방식의 자기 토로에 익숙하지 않은 자들은 순간을 모면할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애둘러 달리 표현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회피하고자 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