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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활동 이모저모

구두변론 강화? - '건방지다'고 생각하는 법원부터 바뀌어야 -

by 한가희김 2019.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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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잊혀질 때쯤이면 법원에서 재판 진행에 관하여 구두변론을 강화하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 잘 모를 때는 '맞아. 구두변론을 강화해야지.'라고 동조를 했었다.

그런데 요근래 구두 변론 경험상 느낀 게 있다.

바뀌어야 될 것은 변호사가 먼저가 아니라, 법원이 먼저다.

구두 변론? 강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외국에서 하는 것과 같은 공방?

할 수 있다.

변호사들이 그거 못하는 거 아니다.

문제는 그것을 법원이 받아들일 준비가 과연 되어있냐이다.

보통 외국 법원에서 변호사가 구두변론 하는 걸 보면 판사 얼굴 쳐다 보고 이야기를 한다.

당연하다. 사람이 말 할 때 얼굴 보고 해야지 어디보고 하나.

우리 법원가면 약간 웃기다. 다들 기록 보면서 이야기하거나 판사 눈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이래서 당사자들이 답답해서 나홀로 소송 하는게 아닌가 싶다.

다른 변호사들 다들 그렇게 하길래 나도 그렇게 해 왔었다.

특히 상대방이 대리인 안 쓰고 개인인 경우에는 괜히 판사 눈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 하다가 너무 강해보여서 밉보일까봐 눈 내리깔고 했었다.

요 며칠 전 마침 상대방이 대리인이 있길래 구두 변론을 판사님 눈을 확실히 보고 했다.

기록을 볼 필요도 없었다.

그랬는데 판사님들 표정은 딱 이랬다.

'얘, 왜 이렇게 건방져?'

물론 계속 그런 표정으로 보시지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나의 태도를 유지했다.

글쎄. 내가 건방졌다고 생각 안한다. 어조가 강했지만 말투가 불공손한 것도 아니었고 존대도 하였다.

그런데 눈을 내리깔지 않고 판사님 눈 보고 했다고 건방지다고 여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구두변론.

그냥 예전처럼 '몇월 며칠자 준비서면 진술'이 낫겠다. 그냥 '네'라고 하고 오게.

구두변론 제발 변호사한테만 요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차피 지금 법원의 인식 그대로이면 외국 법원에서 보는 것 같은 구두변론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내용이 있다. IBA에서 한국변호사에 대한 외국변호사들의 평가가 있었다. 한 외국로펌에서 한국변호사와 일한 적이 있는데 항상 이 변호사가 상대방 눈을 안 보고 이야기하길래 '굉장히 자신없구나'해서 낮은 평가를 줬다고 한다. 아마 나처럼 상대방 눈 똑바로 보면서 이야기했으면 높은 평가를 했을 거다.

물론 한국에서의 난 '건방진 여성 변호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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