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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함께한 책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 맞닥뜨려질까?

by 한가희김 2019.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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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살아남기' 책은 언뜻 보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각종 무기들에 관한 책으로 보인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해서 책을 살까 말까 고민이 들었다. 아마 이 책은 지금도 많이 팔리지는 않은 것 같다. 베스트셀러로 올라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일단 과학 서적이기도 하고, 제목이 요즘 세대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 그러하지만 우리 세대는 전쟁을 몸으로 직접 겪어 보지는 않은 세대다. 그렇다보니 전쟁관련 서적이 딱히 끌리지는 않는다. 다만 나는 이 책의 일러스트가 매우 재미있게 그려져 있어서 제목이 좀 거부감이 들었지만 사게 되었다.

놀랍게도 이 책은 전쟁에서 어떻게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있느냐가 아닌 전쟁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과학을 이용하여 보호할 수 있겠느냐에 관한 책이다. 국가 안보가 뒤숭숭한 이 때, 전쟁 상황시 부딪히게 될 상황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해주고 싶다.

나는 본래 외국 번역서적을 잘 사서 보지 않은 편이었다. 그러나 미국 유학을 갔다 온 뒤로 서양인들이 낸 책에 대해서 거부감 없이 읽게 되었다.

예전에 번역본을 기피한 이유는 번역본은 문장이 맞지 않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번역서적만 보면 잠이 술술 왔다.

외국 유학을 다녀오고 나니 원본이 번역본보다 훨씬 더 쉬운 말로 쓰여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웬걸. 나는 유학을 서른 넘어 간 토종 한국인이었던지라 쉬운 말로 쓰여진 원서보다 번역본이 더 빨리 읽힌다.

외국 사람들은 신기하다. 그들의 눈은 더 신선하게 사물을 바라보고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는지라 외국 서적에 대해서 관심이 더 간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과학 분야에서의 서적에서 두드러진다.

참 희한한 사고 방식을 갖고 사물을 과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책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사고방식이 많다.

이 책 '전쟁에서 살아남기'도 저자의 다채로운 시각이 녹아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원제는 'Grunt - The Curious Science of Humans at War'로 직역하면, '(의성어) - 전쟁 상황의 놓인 인간에 대한 신기한 과학' 정도가 될 것이다. 제목에서 서양인의 시각적 다양성을 느낀다.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말을 어느 유튜버가 한 적이 있는데, 서양인들의 경우 디테일에 은근히 강하다.

이 책에서도 서양인들이 미세한 부분에서도 세심함을 기울이는 모습을 차고 넘치게 볼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언급하자면, 31페이지의 군인들 의복의 <갈고리-고림 여밈 장치>의 잠기는 부위가 예전에는 '찍찍이'였는데 찍찍이를 여닫다가 적에게 발각될 위험에 처하자 '갈고리-고리 여밈 장치 전담 연구 부서'를 미 육군 부대 내에 두었다는 것이다. 참 엉뚱하면서도 그들의 기똥찬 발상에 놀라움을 표하게 된다.

209페이지에서는 과거 미국 원정군에서 금파리 구더기를 병사들의 열린 상처를 치료하는데 사용한 실화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데, 어떻게 그러한 발상을 해 낼 수 있는지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외에도 작가가 발견한 군 내에서의 놀라운 과학 이야기가 책 곳곳에 숨어 있다.

맨 마지막 메리 로치 작가의 '감사의 말'을 보면 처음 작가는 글 쓸 주제에 대해 인터뷰 대상을 정해야 하는데 과연 관련자들이 인터뷰를 해 줄지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연락해 보니 다들 인터뷰에 응해주던 것이다. 그래서 자신도 이 글을 쓸 수 있게 된 과정과 상황에 대해 놀라움을 표한다.

모든 일이 그렇다. 되려면 어떻게든 된다. 역으로 모든 일이 안되려면 어떻게든 안 된다.

이런 것이 운명이오, 운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쓸 수 있는 자료를 모을 수 있는 여건들이 되었기에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사는 나도 흥미로운 이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운에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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