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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 살 사람...

by 한가희김 2020.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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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변호사가 다시 태어나도 변호사로서의 길을 가겠다고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시 태어난다면 변호사 말고도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 그러다가 변호사 자격을 따고 싶다. 왜그런가 하면... 사회 생활을 안 해보고 청년기 때부터 시험 공부만 지속하여 이 직업을 가지면, 수험 법학 외에는 아는 지식이 없어 법학이 마치 삶의 전부인냥 생각하기 쉽고, 법학 공부를 하면서도 이해가 안되어서 고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인생은 다양하고 법이 규율하는 영역은 매우 협소하기 그지 없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법이라는 것은 한정적인 영역만을 규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인간 삶의 세부항목들을 법이 규율한다고 생각을 해보라. 경제도 그렇고, 삶의 모든 영역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저 사람은 법 없이 살 사람인데..."라는 문구에서, 법이 없어도 도덕, 윤리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법은 사실 최후의 보루이자, 가장 늦게 변화하는 것이다. 응당 그래야 하고. 구체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인 것이 더 낫다. 사회는 계속 변화하는데, 법이 그 변화를 제때제때 따라가기 어렵다. 법을 기계처럼 찍어낼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법이 추상적이면 사회의 변화에도 좀 더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해석의 여지를 두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여간 법을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서 해석하고, 이러한 해석을 주장하는 것도 변호사의 역할인데... 변호사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방면의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수험법학 지식이 아니라... 난 수험 공부를 하면서도 숨 넘어갈 정도의 답답함을 자주 느끼곤 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사회생활을 모른 채 추상적인 단어들을 머리 속에 집어 넣으려고 하니 이해가 안 되어서 그랬던 것 같다. 오히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재밌다는 생각만 들었다.

애초 이렇게 가르쳤으면 법학을 즐겁게 공부를 했었을 텐데... 그런데 내가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건 아마도 법학 교수들 역시 자신들이 가리치는 법학이 실생활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드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고서야 학생들에게 추상적으로 가르칠 리가 없지 않나. 구체적으로 가르치면 기억에도 남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어찌보면 자신들도 법학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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